[항공 소식] 에어프랑스 AF267편, 엔진 고장으로 회항

Posted by Haruitl
2015. 2. 16. 10:10 ::항공 소식::

 안녕하세요, MentosCola입니다.


 2월 15일 오전 10시 25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AF267편(운항추적)이 러시아 상공에서 엔진 2개 중 1개가 고장나 가까운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보고된 피해는 없으며, 에어프랑스는 항공기 상태를 점검한 후 비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16일 대체 항공기를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비행에 사용된 BOEING 777-300ER은, 엔진이 2기 장착되어 있는 2발기로, ETOPS(Extended-range Twin-engine Operational Performance Standard, 쌍발항공기운항성능표준) 연장 330분의 승인을 받은 항공기입니다. 엔진 2기 중 1기가 고장난 경우에도 인증받은 시간동안 공중에 머물 수 있는 이 규정을 이용하여 근처 공항에 안전하게 회항할 수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 발생기와 같은 도색의 에어프랑스 항공기 (출처:Wikipedia)





[항공 사설] 정말 KE603편의 디-아이싱은 승객을 무시한 조치일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13. 14:44 ::항공 사설::

2015년 2월 12일, 뜬금없는 기사가 인터넷을 휩쓸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30분... 항공기 출발 지연된 이유는?> 이라는 한겨레신문사발 기사가 그것이었습니다. 기자가 탑승한 대한항공 603편이 승객들이 탑승한 채로 30-40여분간 디아이싱 작업을 진행해 항공기가 지연되었으며, 기다리게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는 내용이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자는 항공기의 운용 절차와 테이블을 무시했고, 승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본인이 비판하던 '갑질'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공기의 가장 기초적인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본인의 시간을 소비했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603편은 B777-300ER 기종이라 사진의 A380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승무원은 “항공기 안전을 위한 것이다. 서리제거 작업은 원래 손님들을 태우고 정비장으로 가서 하는 것이다. 양해해달라”고 대꾸했다. 겉모양새는 친절했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너희들 안전을 위한 것이니 우리가 하는 대로 가만히 기다려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에 듣고 있던 기자도 가세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취재했고 지금도 취재하고 있던 기자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 기사 본문 중-

#1. 기자가 모르는 디-아이싱 작업의 중요성


1982년 1월 13일, 워싱턴에서 이륙하던 에어 플로리다 90편은 이륙 직후 포토맥 강으로 추락했습니다.

1989년 3월 10일, 드라이덴 공항에서 이륙하던 에어 온타리오 1363편은 이륙 15초만에 추락하였습니다.

1991년 12월 27일, 스톡홀름 공항에서 이륙하던 스칸디나비안 항공 751편은 이륙 직후 추락했습니다.

1992년 3월 22일,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하던 US에어 405편은 이륙 직후 플러싱 베이에 추락했습니다.


네 사고 모두 "날개의 얼음을 정상적으로 제거하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에어 플로리다 90편은 방빙작업테이블에서 권고된 시간을 넘겼음에도 디아이싱을 실시하지 않아서, 에어 온타리오 1363편은 이륙 직전 디아이싱을 실시하지 않아서, 스칸디나비안 751편은 날개의 얼음조각이 양쪽 엔진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US에어 405편은 디아이싱 작업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날개에 다시 눈이 쌓여서 추락하고 만 것이죠. 항공기 운항에서 디아이싱(De-Icing)은 굉장히 중요한 작업입니다. 단순히 조종석에서 Anti-Ice (방빙장치)를 켜는 것 이외에도 지상에서 진행되는 특수 용액에 의한 제빙작업은 항공기 이륙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럼에도 기자는 디아이싱 작업으로 인해 지연된 항공편에 불만을 표시했고, 승객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난했습니다. 



#2. 기자의 억지논리,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기자는 “시내버스도 운행 전에 차량을 점검하고 유리에 성에가 끼었으면 버스기사들이 다 닦아내고 손님을 태운다. 항공기 동체에 서리가 내렸으면 미리 정비장에서 서리를 제거한 뒤 손님들을 태우고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승무원은 ‘원래 승객들을 태우고 이륙전에 정비장으로 가서 서리제거를 하는 것이니 양해해 달라’는 말만 앵무새 처럼 되풀이 했다. - 기사 본문 중-


기자는 항공기와 시내버스라는 전혀 다른 두 교통수단을 예시로 들며 승무원에게 비판을 가했습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비교대상입니다. 시내버스의 제빙이란 간단합니다. 미러에 있는 얼음과 눈을 털어내고, 전면 및 후면 유리를 청소하며, 타이어를 점검하고 변속 및 브레이킹이 잘 되는지 확인하고, 버스가 좋게 보이도록 곳곳에 얼어있는 얼음들만 떼어내주면 운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지붕에 얼음이 좀 얼고 눈이 쌓여도 버스가 운행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요. 하지만 비행기는 다릅니다. 날개에 서리가 끼고 얼음이 얼면 날개 상판 위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습니다. 날개의 앞면에서 뒷면까지 매끈하게 이어져야 할 공기의 흐름이 중간에서 방해를 받아 날개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사라져버리는겁니다.


출처: aerosavvy.com

  

위 사진을 보시면 정상적인 날개에서 공기의 흐름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양력 (lift)를 발생시키는 반면 Frosty Wing에서는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으며 날개 뒤에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두 흐름이 만나지 못하면 날개를 위로 들어올리는 양력은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없습니다. 항공기는 상승하지 못하게 되고,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해 사고로 이어집니다. 날개의 얼음을 제거하지 못하면 날기위해 설계된 항공기가 날지 못하니, 이쯤되면 디아이싱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디아이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항공 지식] 잠시 눈 좀 치우고 갈게요! 디-아이싱 (De-Icin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연에 관한 내용은 [항공 상식] 왜 제 항공편이 지연, 취소된거죠?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세월호에서 얻었다던 교훈은 안전을 소홀히 한 결과물이 아니었던가요?


한 승객이 승무원을 불렀다. 그는 “비행시간 맞춰 빨리 타라고 난리 칠 땐 언제고, 이제 승객들 다 태우고 항공기를 정비할 테니 30~40분씩 그대로 앉아 기다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승무원은 “항공기 안전을 위한 것이다. 서리제거 작업은 원래 손님들을 태우고 정비장으로 가서 하는 것이다. 양해해달라”고 대꾸했다. 겉모양새는 친절했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너희들 안전을 위한 것이니 우리가 하는 대로 가만히 기다려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에 듣고 있던 기자도 가세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취재했고 지금도 취재하고 있던 기자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 기사 본문 중-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설마 무슨 일이 나겠어 했던 태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전국민이 TV 생중계로 보는 앞에서 바닷속에 묻어버렸죠. 안전불감증과 정비소홀은 배를 치명적인 환경으로 내몰았으며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KE603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사회2부 김 모 기자님께서는 그동안 세월호 사건을 취재해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기사로 '한국 기자상'까지 받으신 전력이 있는 만큼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안전을 위한 일이니 우리가 하는대로 가만히 기다려라' 라는 논리를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그럴싸한 말과 덧붙여 603편의 상황에 대입했습니다.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때는 자신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입니다.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탑승하며 두 팔을 만세~ 해서 안전바가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안내요원의 말에 반기를 들고 롤러코스터에서 덩실덩실 춤을 출 미친 사람은 세상에 얼마 없을것입니다. 


급기야 같은 의문을 품고 항의를 하던 손님이 사무장을 불렀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흉내라도 내듯 ‘메뉴얼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무장 역시 ‘항공기 안전’만 얘기하며 승객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 기사 본문 중-


승객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고, 그 조치가 잘 실행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데 기자는 반기를 들고 승무원에게 딴지를 걸었습니다. 승객의 지위를 이용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무식함에서 나오는 갑질입니다. 기사에서 조현아 부사장의 갑질에 대해 비판했으면서 자기 자신은 승무원에게 '갑질'을 한것이죠. '매뉴얼을 가져오라'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을 응용해 승무원에게 가하는 조롱이며, 한국 사람들의 '사장 불러와' 마인드가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그걸 자랑스럽게 기사로 썼다는 점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마카다미아 리턴 사태와 라면상무 사태를 예로 들며 고위층의 갑질을 지적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갑질을 일삼으며 거대자본에 맞서는 정의로운 투사 이미지를 구축하는것은 잘못된 처사입니다. 어디서 이케아 연필소리 들리지 않아요?



#4. 기자의 혼잣말, 디-아이싱을 승객이 타기 전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


기사가 바뀌었습니다. 맨 처음 작성되었던 기사에는 중간에 일간지로 확인해보니 보도자료를 받아쓴듯한 설명이 있었다며 좀 이상한 FAA규정의 인용이 적혀있었고, 중간에 다시 확인해보니 '승객이 타기 전에 디-아이싱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글이 마무리되어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확인해보니 해당 문단은 완전히 들어내지고 다른 내용으로 교체되어 있었습니다. 글을 쓴 본인도 쪽팔렸기 때문일까요. [항공 지식] 잠시 눈 좀 치우고 갈게요! 디-아이싱 (De-Icing) 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항공기는 방빙작업을 진행하고 일정 시간 안에 이륙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승객을 태우기 전에 디아이싱을 진행해도, Icy condition에서는 서리가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승객을 다 태우고 난 후 활주로로 이동하기 전에 제빙작업을 한번 더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디아이싱은 특수 용액을 항공기 위로 무자비하게(!) 뿌려대는 작업인지라 항공사측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반복해서 여러번 받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디아이싱을 위한 줄도 공항 상황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한번 대기 라인에 들어가면 언제 이륙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기자님, 디아이싱 한번 가지고도 시간낭비라고 투덜대시는데 기자님이 말씀하신대로 하면 항공기 한대당 20분씩 걸리는 디아이싱을 두번이나 해야하네요. 그렇게 할까요?



#5. 안전을 위한 디아이싱, 아직도 승객 무시라고 느껴지시나요?


‘땅콩 회항’ 사건이 온 국민을 분노케 한 것은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승무원에 대한 ‘갑질’ 뿐만 아니라 승객들을 허투루 취급하는 항공사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건이 불거진 지 꼭 두 달째 되던 날 기자가 탔던 대한항공 KE603. 이 항공기 역시 승객 무시는 계속되고 있었다.

홍콩 공항에 도착할 무렵 기내 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서리제거 작업으로 승객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출발할 때 벌어진 일을 도착해서 다시 양해를 구하는 이례적인 방송내용이었다. - 기사 본문 중-


정말 승무원이 기자의 말대로 사태를 승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까요. 기사를 통해 확인한 승무원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했고, 손님을 태우기 전 디아이싱을 할 수 없다는 것 까지 승객들에게 일렀습니다. 그러나 글을 작성한 기자와 일부 승객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성을 높인 것을 항공사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한항공의 여론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을 미끼로 한번 여론의 관심을 받아보겠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해당 항공편에서 얼마나 난장판이 벌어졌으면 이례적으로 디아이싱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을까요. 저도 해외에 다닐 일이 많아서 지금까지 40번 넘게 비행기를 타고 다녔지만 한번도 목적지에서 디아이싱으로 사과하는 안내방송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기자님. 지금도 KE603편의 디아이싱이 승객들을 무시한 조치이며, 대한항공이 비판받아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크루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매뉴얼대로 대응했고, 항공기 운항 표준 절차대로 승객을 태운 다음에 디아이싱 패드로 이동해 제빙작업을 했고, 지연에 따른 사과방송도 했으며, 목적지에 도착해서까지 그 일을 다시 언급하며 사과했습니다. 사과 조치는 흠잡을데 없으며, 항공기 운항 과정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603편은 디아이싱을 정상적으로 했기에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실 때는 사실에 입각하여, 많은 레퍼런스 문서를 찾아보고 기사를 쓰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빙에 Type 1, Type 2, Type 3, Type 4 용액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몰라도, 자신이 비판하려는 항목에 대해서만큼은 빠삭하게 이해한 다음에 비판을 하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