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고] 2004년, 국산 경비행기 보라호 추락사건을 아시나요?

Posted by JEDOSHARP
2012. 2. 29. 17:45 ::항공 사고::

안녕하세요 Symphony of the Sky 팀장 제도샤프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개발했던 '반디호'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보셨을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반디호 다음으로 개발중이던 국산 경비행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보라호'라는 녀석입니다. 제가 사는 장소가 항공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지나다니다가 몇 번 지켜보았던 기체이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반디호는 보통 여객기들이나 경비행기와는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주날개가 동체 뒤쪽에 붙어있습니다. 대부분의 경비행기들의 주날개는 동체 중앙에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동체에 수직꼬리날개와 수평꼬리날개가 붙어있는 구조이지요. 일반 민항기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이 반디호는 주날개에서 후방으로 연장되어 수직꼬리날개와 수평꼬리날개가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프로펠러가 위치하고 있어서, 전방에서 프로펠러를 돌려 추력을 발생시키는 여 타 항공기들과는 달리 후방에서 추력을 내는 방식이죠.

여러분이 잘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2004년 8월 27일 12시 23분에 시험비행을 하던 보라호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자유로 장항IC 남단에 추락하였습니다. 이 사고로 시험비행조종사와 엔지니어 두 분이 사망하셨습니다. 두 분은 항공대학교 교수님이셨습니다. 이 두 교수님같은 경우에는 국내 경비행기 개발의 선구자로 불리는 분들로서 1993년도부터 국산 경비행기 개발에 힘써 오셨으며, 반디호를 개발하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항공기 성능시험비행에 탁월한 안견을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성능시험비행이란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시험비행을 하고, 여러 환경에 비행기를 테스트하면서 실제로 안전한지, 잘 동작하는지 등 항공기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평가하는 비행을 의미합니다. 흔히 말해서 Test Flight이라고 하죠.

보라호는 이번 비행이 5번째 시험비행이였습니다. 2004년 6월 이후로 5번째 시험비행을 하다 추락한 것이지요. 이전 4번의 시험에서 꼬리날개부분에 심한 진동이 발견되었기에, 이번 비행은 7kgf의 감쇠기를 장착하고 비행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 사람들이 이 항공기가 추락한 사실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왜 추락한것일까요? 인터넷을 둘러보아도 난무하는 추측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오래 전 사건이라서 잊혀졌죠. 사건보고서를 참조해가며 한번 사고원인을 알아봅시다.

너무 오래전 사건이라 자료도 부족하네요....


사고 후 동체의 모습입니다. 동체의 잔해는 추락 충격이 수직으로 가해져 전체적으로 납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항공기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잔해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항공기의 뒷부분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날개와 꼬리날개 부분을 이어주는 Tail-Boom(테일붐) 부분이 부서진 채로 남아있습니다. 항공기의 배터리 전원은 ON 상태였으며, 모든 기기들은 추락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말은, 항공기의 전원이나 계기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잔해를 보시면 항공기의 뒷부분이 잘려나가고 없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좌측의 붐 길이는 160cm이고 우측의 붐 길이는 68cm이였다고합니다. 이 부분은 200m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우측 붐은 최초로 꼬리날개가 발견된 잔해 지점(동체로부터 200m) 보다 55m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잔해가 순서대로 먼 거리를 두고 발견되었다는 것은 항공기의 일부가 파손되어 떨어져 나가고 항공기가 비행(혹은 추락)하는 상태에서 또 다른 부품이 파손되고 항공기가 최종적으로 추락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도 가장 먼저 떨어져나간 테일붐 및 수평안정판임이 확실합니다. 그럼 여기서 왜 보라호의 수평꼬리날개와 테일붐이 떨어져 나간건지 살펴봅시다.


테일붐 부분에는 복합소재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복합소재는 진동에 약하다고 합니다. 공명현상 등에 의하여 같은 진동수로 진동할 경우 붕괴되거나 부러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지요. 타코마다리도 다리의 진동수와 바람의 진동수가 일치하여 부서진 다리로 유명하죠. 이번에 테크노마트 흔들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현상이 바로 이 진동에 의한 진동수 일치였구요. 보고서를 읽어보니 나온 내용입니다. 보라호 주날개의 고유 진동수는 구해 놓았지만, 수평꼬리날개 부분의 진동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수평꼬리날개 부분은 특히나 더 많이 진동이 발생합니다. 프로펠러가 뒤쪽에 달려있기 때문에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이 합쳐지면 직접적으로 수평꼬리날개에 심한 진동이 발생하지요. 운이 나쁘면 진동수가 일치해서 부서질 수 있습니다.

최일규 교수(한국항공운항학회장)는 “보라호의 테일 붐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형상”이라며 “수평꼬리날개에 진동이 생기면 테일 붐에 더 많은 힘이 가해지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운항보고서를 확인하게 되면 4~5차례 수평꼬리날개 진동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 가능합니다.

또한 보라호의 물리적 관찰 현상을 보면 보라호는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기체가 심하게 진동하며, 승강타에 Gas Damper을 장착했기때문에 진동 시작 속도가 높아졌습니다.
기본 진동 시작 속도가 90노트에 비해 가스 댐퍼를 장착한 경우 이보다 더 빠른 105~115 노트 근방까지 높아집니다.
( 가스 댐퍼는 진동이 심한 플러터부분에 장착되어있으며 결국 5번째 시험비행때 사고를 일으킵니다. 5회의 테스트 비행 중 하늘에 체류한 시간은 합해서 1시간 30분정도. 비행 1시간 30분만에 미익부가 파손된겁니다. )

이 가스 댐퍼는 90노트위 속력에서 진동을 일으키는 항공기를 제어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도입 결과 115노트까지는 별 문제 없이 동작했지마느 결국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해 이 가스댐퍼가 영구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왜 가스댑퍼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라호의 진동은 사라지지 않은걸까요?

너무 높았던 안정판 구조.



좌측의 보라호 설계 단면도와 우측 하단의 보라호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수평안정판(수평꼬리날개)이 동체보다 상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항공역학적으로 이 수평꼬이날개가 높이 위치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도 정상적인 설계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구조이지만, 보라호에 정상적인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구조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정타를 날리게 되지요. 프로펠러가 발생시키는 바람과 그 와류는 테일붐과 수평꼬리날개 사이를 통과해야합니다. 그래야 항공기가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나아가죠. 그러나 보라호의 기체 제원을 바탕으로 모델링을 돌리면, 수평꼬리날개 각도 15도 정도에서 프로펠러가 발생시키는 후류에 수평꼬리날개가 말려들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프로펠러가 발생시키는 회전 바람이 수평꼬리날개를 강타하면서 항공기가 안정되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게 되죠.

순항중에 스테이블라이저 부분이 분리되었고, 제어능력을 상실한 보라호는 그대로 추락한 것입니다.

이쯤에서 보라호의 5차시험과정을 쭉 돌아봅시다.


보라호는 12:18분 경 항공대학교(수색비행장) 14번 활주로를 이륙하여 시험비행 경로로 정상적으로 진입하였으며, 관제탑과 교신한 내용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습니다. 12:21분경, 보라호가 자유로를 따라 3000FT로 상승완료 후 수평비행을 실시하던 중, 12:22분경 미익 부위가 이탈하였습니다.

이 미익부분의 이탈이 급작스러웠고, 이전꺼지는 별 다른 이상징후가 없었기에 3000FT의 저고도에서 조종사들은 관제사와 컨택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관제소에서 보라호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이지요. 인근 군 초소에서 근무하는 목격자에 의하면 항공기의 미익이 분리된 후 약 세바퀴 좌선회를 하면서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원래는 관제 녹음 기록에 의하여 보라호 사고의 관제내용도 녹음되어 있었어야 하지만, 2004년 7월부터 사고가 난 시점까지도 고장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고조사보고서의 사고기의 관제 내용 부분도 관제사의 기억에 의한 내용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항공기의 추락 추측 시간은 12시 23분. 보라호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ATC가 12시 35분경 보라호에게 비상주파수 및 일반 주파수로 컨택했으나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2시 40분경, ATC는 항공교통센터에 통신두절 보고 및 위치확인을 요청하였고, 그 후 김포관제탑에도 연락하여 확인요청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성과를 내지 못하던 중, 12시 50분에 112로부터 항공기 추락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았습니다.


공식 보고서에서 확인한 보라호 잔해의 위치입니다. 잔해들의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은, 항공기가 부서진 채로 공중에 체류한 시간이 있었다는 겁니다.

사고경위와 과정은 대략 이러합니다. 그런데 이 이외에도 보라호가 위험했던 요인들은 더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보라호는 '벨로시티' 사의 경비행기를 기본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추측되었습니다.
실제로 벨로시티 모델의 부품을 사용한 부분도 있습니다 ex)랜딩기어


(사진 출처 : 대덕넷)

주날개와 동체의 연결부위라던가, 동체의 전방 부분의 구조, 랜딩기어 수납함의 위치 등에서 많은 유사성이 발견됩니다. 이는 많은 항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의문입니다. 그에 대해 항우연은 동체부분에서 기술적인 공통사항을 교류하였다는 대답을 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가 된 벨로시티 모델은 스톨(실속) 시 회복하기 어려운 기종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한번 양력을 잃게 되면 그냥 종이 떨어지듯이 슈우욱 하고 떨어져버리는거죠.) 이 현상은 벨로시티 모델에서 5번 이상 발견되었습니다. 이 벨로시티 모델이 원형이 되었기 때문에, 실속에 걸리게 되면 회복할 시간도 없이 추락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항우연은 이에 대해 충분한 풍동시험을 거쳤다고 답변했지만, 항공기의 테스트는 실제 비행시험에 들어가기 이전에 더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풍동시험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시뮬레이션이 동원되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보라호와 같은 전진익 구조는 돌풍 및 예측되지 않은 바람에 취약합니다.



주날개는 전진익 구조이죠. 전진익은 그림과 같이 날개가 전방으로 튀어나오는 구조이고, 후퇴익은 대부분의 민항기처럼 날개가 뒤로 꺾여있는 방식이죠.


위 사진이 바로 후퇴익입니다. 날개가 뒤로 꺾여있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후퇴익과는 다르게 전진익은 돌풍에 취약합니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와류가 생기면 그대로 휘말려 들어가버리죠. 국내 기상환경은 산악지형때문에 공중에서 돌풍이 잘 생깁니다. 이런 환경에서 만약 상용화되어 팔렸으면, 더 큰 사고가 있을 수도 있었겠죠.




낮은고도로 날았을텐데, 조종사분들 사망의 진실은?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생긴 부분입니다. 사고기는 그리 높지 않은 저고도 항로에서 테스트 비행을 하던 중이였습니다. 부검 결과를 보면 이 두 분에게 생긴 상처는 사망 후 생긱 상처입니다. 공식보고서에 따르면 <골절 및 여러 외상 발견>으로 표기되었지만 부검 결과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기록되었습니다. 보라호가 부서진 상태에서 조종불능의 상태로 추락하자 두 분은 놀라서 심장마비를 일으키셨고, 사망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분은 항공 기계공학분야에 정말 능통하신 분이였고, 한 분은 조종술에 있어서 두 분 모두 각자 최고의 항공분야 권위자로 불리던 분들입니다.





보라호 사고를 종합해보면, 두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 단순하게 순항중 공진현상으로 스테이블라이저가 떨어져 나갔고, 이로 인해 항공기가 추락했다.

2. 항공기는 실속에 걸렸고, 이에서 회복되지 않은 항공기가 추락하는 도중에 가속이 붙어 꼬리부분에 무리한 힘이 가해졌고, 복합소재는 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나갔다.


 - 사고후 권고조치 -

15개에 달하는 권고조치가 항공우주연구원(7개), 한국항공대학교(5개), 항공안전본부(3개)에 내려집니다.



보라호에는 블랙박스가 없었습니다. CVR도, 비행 기록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사건 관련 기록은 공식 보고서와 항공기 잔해가 전부입니다. 항공기를 조종하셨던 두 교수님들은 국내외에서 내노라하는 지식을 가진 분들이셨습니다.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에 저희같은 단순히 항공에 관심을 가진, 또는 장래희망이 항공 종사자인 저희 학생들이 태클을 걸거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요...... 다만 우리나라 국산기 개발사업이 이 때 이후로 뜸하다는건 정말 아쉽지만요......

글을 마무리하며, 반디호와 보라호를 개발하느라 열심히 노력하셨던 두 교수님과 항우연 관계자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한국 항공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은희봉, 황명신 한국항공대 교수님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빕니다.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더 이상 없기를.....

Tip. 이 자료는 ' 보라호 사고조사 최종 보고서 ' 를 참조하였습니다.




    • 메이데이
    • 2012.02.28 10:31
    섵부른 판단은 이르지만.만일 스테빌라이저의 접착부 그러니까 볼트나 그쪽의 결함은 생각해 보셨나요.
    • 최종 보고서에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적혀있었고, 볼트와 너트가 떨어졌다면 추락시 저항력이 발생해서 추락 잔해에서 수평안전판이 부서진채로 발견될 수가 없었죠.
    • 암튼 뭐
    • 2012.02.28 16:04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였네요.
    은희봉, 황명신 두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 Climb and maintain
    • 2012.04.28 17:22
    두분의 명복을 빕니다...
    • 박진규
    • 2012.06.20 22:15
    우리나라에게는 너무도 아깝고, 아쉬운 분들의 사고였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보라호의 테일붐이 떨면서 진동이 퍼져나가야 하는데, 수평꼬리 날개로 연결되어있으니, 진동폭이 다른 진동이 서로에게 전달되어서, 충돌하면서, 공기저항/진동 충격파로인한 테일붐의 약화/파손이 야기되지않았나 보여집니다.

    먼저 나온 반디호는 서로 연결되어있지 않았는데요. 만약, 보라호의 수평 꼬리 날개도 연결되지않고, 테일붐 각각에게 하나씩 달려있었더라면, 어떻하였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수평꼬리날개와 테일붐의 연결부에 좌우로 유격을 두어서, 테일붐의 떨림이 수평꼬리날개를 통하여 서로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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