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지식] 잊혀진 비운의 항법장치 - MLS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28. 22:43 ::항공 지식::


여러분 모두 공상과학 영화를 보신적이 있으시지요? 거기서 보면 무언가 신기하고, 현실화되지 않을것 같은 물건들이 미래에는 정말로 현실이 되어 나타날것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해저 2만리의 잠수함, 제5원소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모두 현실이 되었어요. 그런데 생각했던것보다는 많이 현실화 되지 않았어요. 50년 전에 예측했던 지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진보했는데 이것은 무언가 상상력은 발전의 원천이라는 말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합니다. 

왜그럴까요? 바로 '시장성' 입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는 기술이라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성이 없으면 사라지는게 현실이지요.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엄청 편리해 보였는데 실제로 는 별로 편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더라, 그러면 그 기술은 묻히게 되는것입니다.

자,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기술은 MLS 입니다. 이것에 대해 알려면 먼저 ILS라는 것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VHF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로컬라이져와 UHF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글라이드 슬로프로 나누어져 운영되며 이 신호만 따라가면 비행기가 딱! 활주로 중앙에 알맞은 고도로 정렬됩니다.



사진처럼 GS와 LOC가 3차원의 공간을 형성하고 비행기는 그 신호에 맞춰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좋은것 같은데...뭐든지 단점은 있는 법. 

각 공항의 환경에 따라 강하각이 하나의 각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3도 강하각). 로컬라이져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까딱하다가 관제사나 조종사가 실수해서 신호 제대로 못물면 그대로 다시 재접근 해야한다는 이야기지요. 더군다나 GS에 쓰이는 UHF 대역에 주파수가 군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군공항에서는 신호 꼬일 우려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거기다가 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욕구는 정말 무한해서 '고도하고 방향 정보만을 부족해! 우리의 귀차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더 달라고!'...뭐 이런 요구도 있게되었어요. 그래서 나온게 MLS, 5GHz 의 전파를 쏘아서 아주 고도정보와 위치정보를 짧은시간동안 돌아가면서 전송하는 식으로 항공기를 유도하는 시스템 입니다. 

1972년 부터 NASA와 FAA. 그리고 지구방위대 미군이 참여하여 개발했어요. 

그리고 1978년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에 의해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ILS는 거리에 따라 신호감지각도가 10도에서 35도에, 글라이드 슬로프 활공각은 3도라는 굉장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MLS는 신호감지 각도가 40도에서 60도 정도 되며 ILS와 달리 3도에서 30도까지 활공각을 정할 수 있습니다. 관제사의 항적 분리가 쉬워지고 다양한 경로로 활주로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MLS 장치가 제공하는 접근경로의 범위와 ILS 장치가 제공하는 접근 경로의 범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또한 거리 측정장비의 정밀도 역시 높아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ILS와는 달리 데이터 통신 기능이 있어서 조종사에게 발신기의 위치, 지상장비 성능 수준, 장비의 상태는 물론이고 각종 근처 웨이포인트의 좌표와 활주로 상태, 기상정보를 알려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파수의 선택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고 기상조건과 지상 교통의 간섭을 적게 받는 다는 장점도 갖추었지요.

하지만, 이게 괜히 '비운의' 항법장치가 아닙니다. 먼저 이 MLS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항공기에 MLS 주파수를 수신하는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장치가 비쌉니다. 항공사들은 굳이 비싼 초단파 수신기를 설치하기를 꺼려했습니다. 또한 어떠한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면 그에 맞게 조종사를 새로 훈련시키고 조종사들 역시 새로 공부해야할게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비용문제가 있는것이지요. 항공기에 초단파 수신기를 장착하려 하는 항공사가 많이 없자 각국의 항공 당국도 이 MLS 장치를 설치하는 일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MLS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 무렵, GPS는 발전을 거듭하여 LPV라하는 GPS 기반의 착륙 보조 시스템이 성공하는데 이릅니다. 지상에 설치된 항법장치라는것에서 벗어나 굉장히 자유롭고 대부분의 항공기에 GPS가 장착되어있으며 MLS의 장점인 각종 데이터 정보의 송신도 HF, VHF, 인공위성을 이용해 가능해 지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사장된것이지요. 


결국 MLS는 2008년에 미국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추고 유럽의 기상이 나쁜 몇몇 국가의 공항에서만 설치됩니다. 물론 이것도 누가 얼마나 이용할지는 미지수(....)

기술 자체의 우수성은 뛰어났지만 그렇게 외부 환경 요인 분석 실패로 인해 개발된 MLS는 결국 점차 잊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