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지식] 하늘을 자유롭게, 항공 자유화 협정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7. 21. 10:37 ::항공 지식::

인터넷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1마일의 고속도로는 당신을 1마일 이동시켜주지만 1마일의 활주로는 당신을 어디든지 데려다 준다'

 비행기가 가져다 주는 이동의 자유를 이만큼 잘 표현하는 말을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가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건, 일단 자연적 요건만을 생각해보면 충분한 밀도의 공기 입니다. 도로나 다리를 놓을 필요도 없고 암초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조금 걱정되는 것 뿐이라고는 나쁜 기상 요건 뿐이지요.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비행기의 자유로움은 사람들을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해야될것은 100년전과 비교했을 때 수십, 수백배 이상입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한나라의 국경을 넘는 것도 굉장히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우리는 '세계화'의 환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는 선박과 더불어 '세계화'를 이끄는 주요 교통수단이라는데 아무도 반박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끝났고 신자유주의는 각 국가들은 서로에게 자유로워지기를 권유하고, 권유받고, 강요받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속에서 서로의 하늘길을 조금씩 열어가는데 그 중심에 바로 '항공 자유화 협정' 이 있습니다.

 항공자유화 협정(일명 오픈스카이 협정)은 단계별로 당사국 사이에서 서로의 하늘을 열지 닫을지, 연다면 어느 정도 열지를 결정하는 협정입니다. 항공 자유화 협정은 서로를 통하는 길 중 하나를 연다는 점에서 항공자유화 협정이 어느정도 진행되었는지에 따라 두 당사국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친한지 알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자, 그럼 먼저 항공 자유화 협정에 대해 알아보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 자유화 협정의 단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1단계는 서로의 영공통과에 관한 자유입니다. 서로의 하늘을 '통과'하는 것 조차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수십년전 만 하더라도 유럽으로 가는 우리나라 국적기들은 유라시아 대륙을 서쪽으로 통과하는 루트가 아닌 태평양을 건너 북미 어딘가에 착륙한 다음 급유를 받아 유럽으록 가는 루트를 이용했습니다.

 당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렵으로 가려면 소련 및 소련의 위성국들과 영공통과에 관한 1던계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해야했는데 당시 국제 정세상 도저히 그러기가 힘들었다는것, 더 잘 아실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일본은 소련과 1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을 가로지르는 루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969년 일본과 소련이 1단계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 1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만 체결해도, 혹은 체결하지 않았어도 착륙을 허용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항공기가 비상상황, 가령 엔진 고장이나 연료 부족과 같은 상황의 경우 인도적 목적으로 착륙을 허가해주는게 원칙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1983년,중화인민공화국(중화민국과 구분하기 위해서 정식 명칭을 사용합니다)의 중국민용총국 항공기가 공중납치되어 춘천 공군기지에 착륙한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납치범이 정치적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착륙하길 원했지만 다른 기술적인 목적이였어도 착륙을 허용해줬어야 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급격히 친선교류가 잦아지고 1992년 수교에 이릅니다.  


 그 다음 2단계, 기술착륙(Technical Landing)의 허가 입니다. '아니 해당국에 내릴 수 있으면 내릴 수 있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기술착륙은 뭐냐?' 라는 의문점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기술착륙은 운송 목적이 아니라 말그래도 '기술'적인 목적의 착륙입니다. 그러니까, 이런겁니다. 어떤 항공기가 8000 Km 의 항속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10000 Km 떨어진 목적지로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날아가려고 합니다. 당연히 그대로 가면 기름이 떨어져 추락하겟지요. 하지만 이때 5000km 지점에서 착륙해서 기름을 넣고 갈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요. 이러한 기술적인 사유에서의 착륙, 즉 승객이나 화물운송의 목적이 아닌 착륙을 허용하는게 바로 2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의 핵심입니다.


 그럼 3단계와 4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은 무엇이냐. 이제 부터 진짜 사람과 화물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3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과 4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은 묶여서 취급되는데 3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은 자국-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여객과 화물 운송이 가능해지며 4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은 상대국-자국을 한 여객과 화물운송이 가능해 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양국간 주당 몇편 운항할 수 있느냐를 또 정합니다.

 이건 5단계, 6단계 등 더 높은 단계에서도 적용됩니다. 이렇게 얻은 운수권을 정부는 항공사들에게 배분하는데 이 운수권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사실 2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에서는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들어왔을지 몰라도 조종사나 화물은 정식적인 입국 절차, 통관 절차를 거치지 못하지만 여기서는 이것들이 '합법화' 됩니다. 여기서 굳이 가능, 불가능이 아니라 합법화 불법화 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밀입국 등의 경우 때문이죠.

 제3단계와 제 4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경우 해당 국가는 적어도 어떤 정식적인 외교관계가 생기게 되었다고 해석해도 좋습니다. 이 반대의 예로는 위에서 언급햇던 대한민국-중화인민공화국간의 수교 이후 자동으로 대한민국-중화민국간의 단교가 이루어졌습니다. 양국의 교환학생이나 대사관 직원들은 본국으로 귀국했어야 했는데 양국간에 친교관계가 사라지면서 서로의 직항 노선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분들이 어떻게 귀국했는지는 5단계 자유화 협정을 통해 설명해드리겟습니다.


 그럼 5단계는 무엇이냐, 자국-상대국-제3국 노선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항공 001편의 경우 인천-나리타 노선이며 대한항공 002편의 경우 나리타에서 하와이 호놀룰루로 가는 항공편입니다. 이런 노선을 만들 수 있게 된것은 한국과 일본간 5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상대국에서 여객과 화물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고 영업도 가능합니다. 2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과 비슷해 보일 수 잇지만 2단계에서는 승객과 화물은 계속 비행기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5단계에서는 중간 기착지, 즉 상대국 공항에서 승객화 화물을 내리고 태울 수 있다는 점에서 2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과 굉장히 큰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우호국간의 경우 이 5단계 자유까지 인정됩니다. (*조일주님이 지적해주신 관계로 10/4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내용 수정되었습니다. 조일주님의 덧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일주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러면 앞에서 빨리 본국으로 가야할 한국내 체류하고 있는 중화민국 국민들은 어떻게 돌아왔을까요? 정부는 캐세이 퍼시픽 항공과 타이항공에 5단계 자유를 부여해서 인천-홍콩-타이페이 노선과 인천-타이페이-홍콩 노선을 만들어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중화민국 국민들을 대만으로 돌려 보냅니다. 예전에 동일본 대지진 사태 때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을때 한국 노선을 운항하지 않았던 영국항공(British Airways)는 이 5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을 부여받고 히드로-인천-나리타 노선을 운항했던적이 있습니다.


 여기 까지면 됐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여기서 3개의 단계가 더 있습니다. 7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은 상대국 공항에서 제3국 공항으로의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즉, 상대국 공항을 일종의 '허브'로 운영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예전에 인천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들을 검색해보면 델타항공의 항공편이 나왔습니다. 델타 항공은 한국과 일본, 그 어느 국적도 아닌 미국 국적의 항공사였는데 이런 항공편을 운영할 수 있었던것은 미-일간의 7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델타항공의 인천 나리타 노선은 지금 사라졌지만 아직도 델타항공은 나리타 공항에서 아시아 각국으로 운행하는 항공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 8단계 자유는 해당국-상대국A공항-상대국B공항에서의 운항입니다. 물론 5/6단계와 같이 중간 기착지에서도 영업이 가능합니다  예전에 부산에 사시는 분들은 굳이 인천 국제공항에 가지 않아도 쉽게 프랑크푸르트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부산-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이 있기 때문인데 독일과 한국간의 8단계 항공 자유화 협정 때문에 이런 노선의 운항이 가능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상업적인 이유로 이 노선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제 8단계 자유와 혼동하기 쉬운것이 '중각기점 기착운항권  입니다. 이는 5/6단계와 다리 중간 기척지에서의 영업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중간기착지에 내린 승객은 상대국으로의 입국이 가능합니다만 해당항공사가 중간 기착지에서 여객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만드시 A공항에서 내렸던 승객만 태우고 B공항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 9단계 자유는 무엇이냐. 이 경우는 매우 특수한 경우 입니다. 바로 상대국 국내선의 영업이 가능합니다. 쉽게 설명해서 대한항공이 나리타-후쿠오카 노선을 운항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이 경우 단순 우호국 관계로는 이런 자유가 쉽게 부여되지 않습니다. 특수한 상황이거나 두 국가가 느슨한 연방을 이룰 경우 이러한 9단계 자유가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호주-뉴질랜드, EU 가입국 내부에서는 이런 자유가 부여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한항공이 이 자유를 부여받았을때가 있습니다. 이는 란셋 오스트레일리아 라는 호주 항공사가 파산했기에 시드니-브리즈번의 항공권 공급이 부족해지자 호주 정부가 일시적으로 대한항공에 시드니-브리즈번 노선 운수권을 부여한것이지요.


 자, 이상 항공 자유화에 대한 포스팅을 하도록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팅을 하다보니 또 대만에서 항공기가 비상착륙을 했으며 5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요즘 왜 그렇게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전세계에서는 전쟁과 가난, 차별로 인해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가고 있는데 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불리는 비행기에서도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