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고] 10대 소년이 부른 참사 - SU593편 추락 사고.
( SU593, 등록번호 F-OGQR인 에어로플로트 593편이 추락 전 어느 공항에서 찍힌 사진. )
오늘은 러시아 항공(에어로플로트) 593편 추락사고에 대해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항공사고는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였고, A310의 중요 결함을 알게 된 사건이기도 하였습니다.
SU593편은 당시 에어버스 社에서 나온 신형 항공기인 A310-304 기종이였고, 무슨 이유로 이 신형 항공기가 추락한 이유에 대해 에어버스를 긴장하게 만들었죠.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 에어로플로트의 A310, 어떤 항공기 인가? -
( 사고기인 F-OGQR, A310-304 기종으로, 외형은 A300 기종의 축소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A310 기종은 A300에 비해 동체를 7~8m 정도 줄이고, 항속거리를 A300보다 늘려서 장거리 저수요 노선을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항공기 입니다.
게다가 A310의 동체와 미익에 탄소섬유와 같은 합성소재를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또, A310은 조용한 기내와 뛰어난 연비, 적은 배기량, 여러가지 시스템 등으로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당시에는 첨단 항공기로 인정받은 항공기였습니다.
- A310 기종의 계기판 -
( 당시에는 아날로그 항공기들이 대부분이였기 때문에 A310은 첨단 시스템과 글래스 칵핏을 달고 나와 첨단 항공기로 인정받았습니다. )
하지만 이런 첨단 시스템들이 조종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SU593편에서는 조종사들을 향해 날아오는 칼처럼 작용하여 사고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럼 SU593편 사고에 대해 시작해볼까요?
Tip. 593편의 A310기는 임대 형식으로 가져왔고, 제너럴 일렉트릭(GE) 社의 CF6-80C2A2 엔진 2기를 장착했습니다.
91년에 초도비행을 하였고, 92년에 에어로플로트에 인도됬습니다.
SU593편에는 조종사 3명이 탑승합니다.
일단 복잡한 모스크바 구간까지 비행할 안드레이 빅토르비치 다닐로프(40) 기장과 부기장 좌석에 앉은 교체기장인 야로슬라프 블라디미로비치 쿠드린스키(39) 기장,
그리고 조종석 뒷 좌석에 앉은 이고르 블라디미로비치 피스카레프(33) 부기장이 조종석에 탑승합니다.
위에서 말 했듯이, 다닐로프 기장은 복잡한 모스쿠바 구간까지 비행하다가 휴식을 취할 예정이였고, 쿠드린스키 기장과 피스카레프 부기장은 나머지 구간에서
비행을 할 예정이였습니다.
세 조종사 모두 일급 조종사였고, 당시 신형 항공기였던 A310의 비행시간을 900시간 이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SU593편의 승객과 승무원은 합쳐서 총 75명이였습니다. 그리고 항공기 애칭으로 Glinka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지요.
593편의 목적지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러시아 모스크바) -> 카이탁 국제공항 (영국[당시 영국의 행정구역] 홍콩)였습니다.
- 이륙 -
( 출처 : Airliners.Net )
1994년 3월 23일, 현지시각으로 16시 39분, SU593편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합니다.
모스크바에서 홍콩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0시간 정도였습니다.
약 비행한 지 4시간이 지났을때, 593편은 노보쿠츠네츠크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구간을 빠져나오자, 다닐로프 기장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객실로 이동했고, 쿠드린스키 기장과 피스카레프 부기장은 기장, 부기장 좌석에 앉았습니다.
객실에서는 쿠드린스키 기장의 아들과 딸인 엘다 쿠드린스키(15)와 야나 쿠드린스키(13)가 첫 해외여행으로 기대됬는지 잠을 안자고 있었고,
엘다와 야나의 삼촌이자, 비번(off-duty)이였던 현직 조종사 블라디미르 마카로프가 있었습니다.
마카로프는 엘다와 야나에게 쿠드린스키 기장을 놀라게 해드리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엘다와 야나, 마카로프는 조종석에 들어와 쿠드린스키 기장을 놀래켜주고, 쿠드린스키 기장은 자랑스러운 마음에 애들을 조종석에 들여놓습니다.
( 여기까진 당시에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였지요. )
그리고 A310기의 조종석을 보여준 후, 쿠드린스키 기장은 야나를 자신의 기장석에 앉힙니다. 그리고 야나에게 조종간을 잡아보라고 합니다.
CAP(기장) " 비행기를 조종해 보고 싶지 않니? "
Yana(딸) " 아.. 네. "
CAP(기장) " 조종간을 잡으렴. 하지만 아무 버튼이나 누르지 말렴. 특히 자동비행모드 버튼인 이 빨간 버튼을 말이야. "
[ 쿠드린스키 기장이 NAV모드를 해제한 후, HDG(방위)를 약 5도 정도 변경합니다.
그리고 야나는 아버지가 자동비행모드로 항공기를 선회하도록 만든 것을 알았습니다. ]
- 추락의 시발점, 그리고 추락 -
쿠드린스키 기장이 다시 약 5도 정도 변경한 후, 항공기는 정상 항로로 복귀합니다. 그리고 엘다의 차례가 왔고, 엘다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엘다는 기장석에 앉아 조종간을 움직였고, 이는 쿠드린스키 기장이 자동비행모드로 방위를 변경하기 전에 움직인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쿠드린스키가 자동비행모드로 방위를 변경하자, 잘 안움직여졌던 조종간이 부드러워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쿠드린스키가 항로로 복귀시키기자,
조종간은 다시 뻑뻑해졌고, 엘다는 계속 조종간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약 30초동안 조종간을 움직이자, 경고도 없이 보조익(에일러론)의 자동비행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엘다뿐만 아니라 조종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동비행장치가 해제되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항공기가 계속 오른쪽으로 기울어지자, 엘다는 뭔가 이상해진 것을 깨달았습니다.
Eldar(아들) " 이게 왜 선회하죠? "
CAP(기장) " 혼자서 선회한다는 말이니? "
Eldar(아들) " 네. "
기장과 부기장, 마카로프가 뭔가 이상해진 것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항공기는 계속 오른쪽으로 선회하고 있었고, 최대 허용 경사각인 45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ND(Navigation Display)에서 홍콩으로 까지의 항로를 나타내주던 선이 갑자기 우측으로 향하는 곡선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장과 부기장은 당황하고, 마카로프는 " 대기구역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 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조종사들의 혼란을 더 가져옵니다.
갑자기 ND에 나타나던 곡선이 사라집니다. 이것은 설계상의 허용 경사각을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였습니다. 그리고 항공기는 우측으로 돌면서 급강하하기 시작합니다.
급강하하면서 가속도가 높아지고, 엘다와 쿠드린스키는 서로 자리를 바꾸려고 했으나, 가속도로 인해 몸이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지면서 일어서지를 못합니다.
Makarov(비번 기장) " 안돼! "
피스카레프 부기장도 좌석을 뒤로 밀어서 조종간이 손에 안잡혔습니다. 엘다가 유일하게 593편의 조종간을 잡고 있었습니다.
CAP(기장) " 잡아, 조종간을 잡아! 왼쪽! 이번엔 오른쪽! "
COP(부기장) " 왼쪽! 지상이 보입니다! "
[ ' 띵! 띵! 띵! ' 비행기가 완전히 비정상자세로 돌입하자, 593편의 자동비행장치가 완전히 풀려버렸습니다. 이 경고음은 593편 추락 직전까지 울립니다. ]
피스카레프가 조종간을 간신히 잡아 왼쪽으로 돌리지만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실속(STALL)할 정도의 속도에 놓이자, 갑자기 항공기의 기수가 아래로 떨어집니다.
실속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 자동안전장치가 항공기의 기수를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항공기는 고도 약 1만 미터에서 급강하합니다.
부기장 피스카레프가 다시 조종간을 세게 당기자, 항공기는 다시 기수가 올라가면서 고도가 상승합니다.
하지만 기수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엔진들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A310을 받쳐주질 못해 다시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승이 멈추면서 가속도가 떨어지자, 쿠드린스키 기장과 엘다가 자리를 바꿉니다.
593편이 실속으로 인해 나선형으로 추락하자, 쿠드린스키 기장은 A310의 엔진 추력을 최대로 높였고, 방향타를 사용하여 나선형 추락에서 빠져나왔습니다.
COP(부기장) " 회복되고 있습니다. 회복되고 있어요. 속도가 너무 높아요. 엔진 추력을 줄여요. "
기장이 엔진 추력을 낮춥니다. 하지만 593편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CAP(기장) " 이제 벗어났어.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 이제 조종간을 약간만 당겨. "
기장은 조종간을 천천히 당겨 실속에 걸리지 않을려고 합니다.
하지만 593편은 계속 추락하고 있었고, 결국 노보쿠즈네츠크 동쪽 100km 지점 언덕에 추락합니다.
그리고 탑승자 75명 전원이 사망하게 됩니다.
( 추락한 SU593편의 잔해가 숲속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다. )
러시아 항공사고 조사 위원회는 추락 현장에서 몇 가지 단서들을 발견합니다. 그중 눈에 띄는게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조종석에 앉아있었다는 단서였습니다.
조사 위원회는 A310 기종을 잘 아는 전문가를 불러서 사고를 조사합니다. 그들은 CVR(음성 기록 장치)을 들으면서 어이상실합니다.
조종석엔 기장 대신에 아이들이 앉아있었고, 이것이 추락으로 이어진 것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음성 기록 장치를 듣던 도중, 엘다가 " 이게 왜 선회하죠? " 라는 말을 듣고, 다른 부분으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들은 에어버스 社가 있는 툴루즈로 가서 시뮬레이터에 앉아 사고 비행을 재현합니다.
시뮬레이터를 통해 조사한 결과, A310의 자동비행장치는 자동비행모드가 걸려있는 상태에서 조종간을 약 30초 정도만 움직여도 자동비행장치의 일부가 해제되며, 해제될 때 경고음은 나지않고 빨간 등만 켜진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자동비행장치는 총 3가지 부분을 담당하는데, 항공기의 좌/우를 담당하는 방향타(Rudder), 상승/하강을 담당하는 승강타(Elevator), 항공기의 선회를 담당하는 보조익(Aileron)이였는데, SU593편의 경우, 엘다가 조종간을 좌/우로 약 30초 동안 움직이면서 보조익의 자동비행장치가 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항공기가 어느정도의 경사각이 되면 ND표시판에 공중대기와 같은 원 모양의 표시선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설계상의 허용 경사각을 넘으면 이 원 모양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사고 발생 원인을 해결한 조사단은 다른 부분을 조사하게 됩니다.
바로 실속으로 인한 나선형 추락이였죠. 이것 역시 또한 간단했습니다.
바로 조종간에서 손을 놓았으면 항공기가 알아서 회복하고 정상 자세로 돌아온다는 것이였죠.
하지만 당시 조종사들은 알수없는 상황에 대해 당황해서 수동적으로 항공기를 회복할려고 했었을지도 모릅니다.
SU593편 사고와 당시 미국에서 일어난 몇 가지 항공사고로 인해 항공업계들은 항공기가 이러한 상황에서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를 훈련과정에 넣어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훈련시킵니다.
( SU593편의 FDR(Flight Data Recorder). 즉 비행 기록 장치입니다. )
- SU593편, 비하인드 스토리 -
SU593편의 탑승자와 승객 대부분은 합동화장되어 안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쿠드린스키 기장과 부조종사 등은 체르노빌 사고 당시 사망한 소방수들 옆인 영웅들의 묘지인 모스크바 국립 공동묘지에 안장됩니다.
( 당시 SU593편 교체기장이였던 야로슬라프 블라디미로비치 쿠드린스키 기장의 묘지 )
그리고 쿠드린스키 기장의 아들과 딸이였던 야나 쿠드린스키(13)와 엘다 쿠드린스키(15)는 쿠드린스키 기장의 묘지 옆에 안장되었습니다.
( 야나&엘다 쿠드린스키의 묘지. 그 옆으로 아버지인 쿠드린스키 기장의 묘지가 보인다. )
이 사고로 인해 기장인 쿠드린스키와 기장의 아들인 엘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갔고,
지금 같은 경우에는 9.11테러 사건 이후로 조종석 문은 항상 걸어잠그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아닐경우에도 절대 열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 해외여행으로 즐거운 비행이였던 SU593편, 한 아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그 재앙이 여러가지 재앙을 불러와 탑승객 전원을 사망으로 몰고갔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 Euronaku_L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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