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칸 화재의 비극 - UPS 06편 추락 사고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14. 22:31 ::항공 사고::




안녕하세요. Euronaku_LR입니다.


오래간만에 글을 쓰게 되니,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UPS Flight 06 - 화물칸 화재의 비극


약 1년 전, OZ991(B747-400F/HL7604)이 제주도 서쪽 해상에 추락했습니다. 현재 조종사분들의 시신과 잔해가 수거되었지만 사고의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블랙박스, 즉 음성 기록 장치와 비행 정보 기록 장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고 후, OZ991편은 비행 당시 화물칸에 실려있던 합성수지, 페인트, 리튬 전지/배터리 같은

인화성 물질로 인해 추락했다는 이야기와 조종사가 보험금을 노리고 항공기와 함께 바다에 추락했다는 언론들의 이상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조종사분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항공기와 함께 바다에 추락하는건 이해가 안되죠. 그럼 무엇으로 인해 추락했을까요?


OZ991이 추락하기 1년 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0년 9월 3일에 발생한 UPS 화물항공 06편 추락 사고입니다.


( 사고기 생전의 모습, 등록번호는 N571UP이고, 기종은 747-44AF(400F)입니다. )


N571UP는 07년 9월 21일에 초도비행을 했었기 때문에, 그다지 오래된 항공기는 아니였습니다.

이 기체는 총 비행시간이 9,977, 이/착륙 횟수가 1,764번밖에 안된 기체였습니다.

출발지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국제 공항, 목적지는 독일의 쾰른 국제 공항이였습니다.


06편은 사진으로 보다시피, 여객기가 아닌 화물기입니다.

그래서 여러 화물들을 싣고 있었죠. 보통 일반화물(가구, 일반용품)도 있었지만, 노트북이나 PC, 핸드폰에도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 리튬 이온 전지도 싣고 있었습니다.

리튬 배터리 이외에도 랩탑 배터리&어댑터, 선박 무선(리튬 메탈 배터리 사용), 시계 배터리(리튬 메탈 배터리 사용) 등이 있었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전지는 여러 충전용 배터리 중 유일하게 인화성 액체를 사용하고 있고, 실온에서도 폭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화물들은 국제항공수송협회(IATA) 기준에 맞게 탑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리튬 전지/배터리는 어떻게 포장될까요? 이것은 일반화물과 다르게, 리튬 전지/배터리를 블리스터 팩(흔히 말하는 뾱뾱이)에 감싼 후, 쿠션재 위에 놓고 박스에 포장합니다. 이렇게 처리가 끝나면 박스에 ' 파손 주의, 손상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 ' 이라는 스티커를 붙입니다.


06편은 추락 한달 전인 10년 6월에 정비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06편의 기장은 48세의 Doug Lampe(1995년 UPS 입사, 747기 비행시간 367시간/총 비행시간 11,140 시간), 부기장은 38세의 Matthew Bell(2006년 UPS 입사, 747기 비행시간 78시간/총 비행시간 6,130시간)이였습니다. 이들 화물은 총 103톤이였으며, 두바이 국제 공항을 이륙해 독일 쾰른 국제 공항으로 가는 정기 항공편이였습니다.


UPS의 747F는 보통 두바이(아랍 에미레이트)-쾰른(독일)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었고, 2010년 9월 3일, 이날도 그저 평범하게 정기 노선을 오가는 날이였습니다.


UTC(협정세계시간) 14시 51분, 06편은 평소와 다름 없이 두바이 국제 공항을 이륙해 독일 쾰른 국제공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3시 정각, 항공기는 11,300피트까지 수동으로 상승한 후, 32,000피트까지 자동비행장치로 하여금 상승하게 설정하였습니다. 


하지만 3시 12분 53초, 자동비행장치에 입력된 고도에 도달하기 직전에 조종실 내에 주 경고등(Master Warning)이 켜졌습니다.

주 경고등은 주 갑판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06편의 자동비행장치는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주 경고등이 켜진 후, 06편은 고도 32,000피트로 상승중이였고, 속도는 302노트, 방위는 295도였습니다.


( 06편의 당시 트랙. 1번은 화재 경보가 울린 시점이고, 14번은 추락 후 CVR/FDR 기록이 끊긴 시점 )


15시 14분, 두 조종사는 화재 경보기가 울린 직후, 산소 마스크를 장착했습니다.

그리고 자동 비행 장치가 수동적으로 해제되었고, 17분에 다시 자동 비행 장치가 켜집니다.


15시 15분, 주 화물칸에 화재가 났다는 걸 확인하였고, 곧이어 객실 고도 경보(Cabin Altitude Warning)가 울립니다.

기장은 조종을 하면서도, 항공기를 조종하는데에 반응이 별로 없다고 번이나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10,000피트까지 즉시 하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CAPT " I need a descent down to ten thousand right away, sir. " -  바로 1만피트까지 하강해야 되요. 


이 와중에도 2번째 화재 경보음이 울립니다.


15시 16분, 기장은 Aft Cargo 2,3번 구역(주 화물칸 아래)에 화재가 난 걸 확인하면서도 조종을 하려 하지만 반응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조종실에 연기가 차서 계기판을 확인할 수 없다고 관제소에 알립니다.


( 747F의 화물칸 구역들 )


747F기 Class E의 구역은 총 16개로 나뉘어져 있고, 이 16개 구역에 총 77개의 화재 감지 시스템이 설비되어 있습니다.

이는 연기가 감지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3구역, 4구역, 5구역, 12구역, 13구역은 각각 6개의 화재 감지 시스템이 설비되어 있고, 1구역, 6구역, 11구역은 각각 5개의 화재 감지 시스템이 설비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2구역, 7구역, 8구역, 9구역, 10구역, 14구역, 15구역, 16구역은 각각 4개의 화재 감지 시스템이 설비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연기 감지 시스템에 장착된 광전지는 화재 발생때 나는 연기를 감지하여 연기가 발생하면 조종실에 있는 조종사나 항공 기관사에게 경고를 합니다.


통상 화물기의 경우, 주 적재칸인 Class E에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경보는 가능하지만,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화재를 진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 적재칸 아래인 Class C에는 화재경보도 가능하고,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자동 화재진압장치가 설비되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인화성 물질같은 위험물은 Class C에 적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06편의 경우, 대부분의 화물이 리튬 이온 전지/배터리, 리튬 메탈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품 등이 대부분이여서, Class E와 다른 구역에 위험물질인 리튬 이온 전지/배터리 등이 실렸습니다.


Class E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연기가 조종실까지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조종실에 연기가 들어와 계기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 Non-Normal Checklist(NNC)에 적힌 화물칸 화재시 대응 방법 - 6번, 7번 항목 )


美 연방 항공청(FAA)에 따르면, 화물칸 화재가 발생하면 승무원 체크리스트 NNC(B747 전용)에서 승무원은 25,000피트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기내 감압 후, 주 갑판 화재에 진압에 대한 방법이라고만 적혀있었습니다. ( UPS 06 사고 발생 이후 보잉은 NNC에 대해 개정하기로 함. )


15시 17분, 06편의 자동비행장치가 작동이 되었고, 조종사들은 FMS에 두바이 국제 공항 12L방향 활주로의 계기 착륙 장치 주파수인 110.1을 입력합니다.

기장은 부기장에게 조종 권한을 넘겨주었고, 06편의 자동 순항 고도는 32,000피트에서 9,000피트로 변경되었습니다.


15시 20분, 기장의 산소 마스크에 장착되어 있던 마이크가 갑자기 꺼졌습니다. CVR에 따르면

               CAPT " Get me oxygen " 산소통을 주게.

               F/O " I don't know where to get it " 그게 어디있는지 모르겠어요.

               CAPT " You fly " (부기장에게) 조종해.


기장은 이후 조종실 뒤쪽으로 가서 산소통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 부기장쪽에서 나타납니다. 15시 22분, 부기장의 산소 마스크에 장착된 음성 녹음이 약 20초 동안 중단되었다가 다시 녹음이 시작되었을때,

부기장은 " I'm looking for some oxygen ( 산소통을 찾고 있어요 ) "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20초 동안 녹음이 중단됩니다. 이후 녹음이 끝날 때 까지

부기장의 산소 마스크에 장착된 음성 녹음에서 부기장의 호흡 소리가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부기장과 기장의 산소 마스크 설정은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 설정은 100% / 일반 / 비상사태 이렇게 3가지. )


기장 - 100% / 부기장 - 보통


기장과 부기장의 마스크 설정에서 둘 다 비상사태로 설정이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연기/화재/유독가스에 대해서는 설정이 100%로 되있어야 합니다.


보통 - 조종실 주변의 산소와 산소 마스크에 장착된 긴급 산소를 혼합해 공급합니다.

100% - 희석되지 않은 약간의 긴급 산소를 공급

비상사태 - 약간의 압력 상태에서  직접 100% 긴급 산소를 공급 


여기서 기장의 산소마스크가 제일 먼저 바닥이 났고, 이후 부기장의 산소 마스크도 바닥이 난 걸로 추정합니다.

기장은 산소가 바닥나자, 조종실 뒤쪽에 있는 여분의 산소통을 찾으러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기장은 연기때문에 계기를 볼 수 없었고, 관제소에 가까운 공항으로의 레이더 유도를 요청합니다.

당시 06편은 두바이 공항으로부터 서쪽으로 26nm(노티컬 마일)에 위치해있었습니다. 고도는 9,000피트였습니다.

06편은 두바이 공항 12L 방향 활주로로 착륙할 예정이였습니다.


화재 경고가 울린 지 26분이 지났을 무렵, 06편은 두바이 공항으로 착륙하기 위해 착륙장치(Landing Gear)를 내립니다. FDR에도 착륙장치가 내려갔다고 표시되어 있었죠.

하지만 CVR에서 부기장은 착륙장치가 내려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피드 브레이크는 전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추락 4분 전, 06편은 두바이 국제공항 12L 방향 활주로 대신, 샤르자 국제공항 30방향 활주로로 레이더 유도를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종접근을 위해 기수방위 95도로 선회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06편의 부기장은 자동비행장치에 095 방향 대신 195 방향으로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기체는 오른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합니다.


추락 2분 전, 06편은 새로 설정된 기수방위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06편은 경사각이 우측으로 약 37.5도 정도 기울어진 채 선회를 했습니다.

이때 대지접근경보장치(GPWS)가 경사각의 최대인 35도를 넘어서자, " Bank Angle " 이란 경고음을 내보냅니다.


추락 1분 전, 자동 비행 장치가 수동적으로 해제되었고, 이후 지나친 하강률을 경고하는 ' Sink Rate '와 ' Pull Up ( 기수를 들어 상승하라 ) ' 경고음이 울리고,

기체가 비정상적으로 지상에 접근하고 있다는 ' terrain ' 경고음, 기어가 내려가지 않았다는 ' Too Low Gear '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15시 41분 33초, 06편의 FDR/CVR의 기록과 녹음이 중단됩니다.


06편은 두바이 공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6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했습니다.


( 06편의 트랙 두바이 국제공항에 접근 실패하자, 샤르자 국제 공항으로 랜딩하려 했으나, 이후 추락 )


( 06편의 추락 지점 )


마지막에 06편은 왜 상승하지 않고 그대로 땅에 충돌했을까요?


( 06편[747-400F]의 화재 발생 근원지로 추정되는 5번, 6번, 7번 구역. )


06편의 화재 발생 근원지는 Class E. 즉, 5번, 6번, 7번 구역으로 추정되고, 그 위에 항공기의 조종계통/환경 조절 시스템(?)을 담당하는 구역이 있습니다.

아마 5번~7번 구역에서 발생한 화재가 빠르게 기내 전체로 번지게 되었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난 연기가 조종실로 들어와 조종사들의 시야를 방해했을수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종사는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고, 그대로 추락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 구역에 있는 조종 계통을 건드려 결국 추락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UPS 06편 화재의 근원인 리튬 배터리로 인한 사고가 이게 처음일까요?


UPS 06편 이전에도 06편과 비슷한 사건이 34건 정도 있었는데(91년도 기준), 그 중 22건은 모두 리튬 이온 배터리를 적재하고 있었고, 이중 14건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리튬 메탈 배터리를 적재한 채 운항하다 발생한 사고도 12건, 이중 8건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리튬 전지/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경우, 온도가 높아 화재 진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FAA는 UPS 06편 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행 항공안전 지침인 리튬 배터리/전지를 대량으로 탑재할 경우, 화물 선적업자들로 하여금 선적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할론 소화액 분출 장비가 갖춰진 항공기 동체의 화물칸에 리튬 전지를 싣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세밀히 검토한 뒤,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생활에서 쓰는 리튬 전지/배터리, 항공운송에선 위협이 되는 물질이니 만큼 최대한 빨리 현재 항공안전 지침에 대한 개정과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진압에 대한 방법도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p.s. 이 글은 UPS 06편의 중간보고서와 해외 뉴스, 국내 뉴스(세계 일보)를 참고하여 포스팅했습니다.

      다소 문제점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